이런저런 이야기

2006.2. 어머니

Young1Kim 2007. 8. 12. 05:35

"어머니, 버틸 때 까지 버티시는 거야요" 며느리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양로원엘 들아가겠다고 조르시는 어머니와 남이 보면 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이 "가겠다" "아직은 가실 필요 없어요" 하고 다투다가 결국 집에서 넘어지셔 병원에 입원하시게되고 일주일 후에 퇴원 하시며 양로원으로 가셨다.

 

우리 삼남매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 미국까지 따라오셔 세집 애들을 다 잘 키워주신 어머니. 이제는 연로하셔 움직이시는 것이 불편해지자 자식에게 폐가 될까봐 안절부절 하시는 어머니. 다른 집 어른들은 양로원에 안가겠다고 소리소리 지르신다는데 거길 가겠다고 성화를 하시는 어머니.

 

"오매에도 못잊는 양로원 이제 가시게 되니 속이 후련하세요?" 병원에서 퇴원하시는 어머니께 비꼬듯 여쭸더니 "어멈이 몸이 않좋아 병원엘 드나드는데 내가 맘이 편했겠니" 조용히 대답하신다. 집사람은 나보다도 어머니께 잘해 드렸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녀에게 빚진 것 잊지 않으리라. "(양로원에 가시려고) 일부러 넘어지신거 아냐요?" 차마 여쭙지 못했다.

 

양로원에 미리가서 서류에 서명하랴 병원 퇴원 시켜드리랴 결국 양로원에 모시고 가서 거기 사람들에게 인계시켜 드리랴 바쁘게 보낸 첫날에는 집에 와서 그냥 고꾸라져 잤는데 다음날에는 퇴근해 어머니를 뵙고 집에 오자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낮선 사람과 방을 같이 쓰며 미국생활 수십년에도 익지 않은 음식을 드셔야하는 어머니. 마침 딸애가 기숙사로 들어가 그방이 비었기에 들어가 소리 죽여 울었다.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고 코를 풀고 누우면 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러기를 여러차례. 식구들 다 잠들었겠지. 더이상 소리를 죽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사나이 눈물 흘린게 몇십년 만인가.

 

다음날 좀 일찍 퇴근해 어머니께 갔다. 다행히 식사를 하신듯 허기진 표정은 아니었다. "다들 친절히 잘 해준다. (roommate를 가르키며) 저사람도 사람이 좋더라." 미리 대답하신다. 두어시간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TV를 보고 하다가 "갈께요"하고 일어나니 "갈 시간 됐니?" 하신다. "시간이 뭐 어딨어요" 다시 주저 앉는다.

 

다음날 토요일에는 앞뒤로 잔디를 깎았다. 아마 금년에는 마지막이겠지. 어머니방 창문으로 어머니가 나 일하는 것을 내다보시는 것 같다. "아 참 어머니는 여기 안계시지." 일을 끝내고 땀을 흘리며 집엘 들어가면 어머니가 방에 앉아계시다가 "수고했네" 하시면 "내 집일을 내가 하는데 무슨 수고야요. 남의 일을 해줘야 수고지" 하곤 했는데 문을 열고 집안엘 들어가도 조용할 뿐.

 

아직 자립을 못한 아이들이 있으면서 연로하신 부모님은 생존해 계신 샌드위치 세대. 앞으로 부모님을 잃을 슬픔을 겪어야 하는 나는 이미 그 슬픔을 경험한 인생 선배들이 부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