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2년만에 한바퀴 돈 인생길?

Young1Kim 2008. 9. 28. 07:39

지난 주간에는 미니아폴리스를 다녀왔다. 지금 거의 종료단계에 이른 델타 항공와 노스웨스트 항공과의 합병 세부문제를 의론하기 위해서였다. 비행기 탑승할때 예전에 같은 교회를 다니며 내가 2세목회를 도울때에 고등학생, 대학생이었다가 신학교를 갔던 부부 김 목사를 만났다. 미니아폴리스에 도착한 후에는 역시 같은 교인이었던 남자 김목사의 부친을 반갑게 만났다. 마중나온 노스웨스트 직원의 차를 타고 노스웨스트 본사에 이르자 남다른 감회가 일어난다.

 

나는 32년전 미국에 오기 전에 서울에서 노스웨스트 예약직원으로 3년을 일했었다. 사실 노스웨스트에서 일한 덕분에 거의 공짜로 미국까지 날라올수 없더라면 아예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는 길에 시카고에서 디트로이트로 가는 비행기를 놓쳤는데 거기있던 한국인 직원이 같은 예약계 직원이었다가 몇달 먼저 와서 노스웨스트에 취직했던 C 김씨와 통화를 하게 해줬다. 그는 자기가 배치된 도시가 너무 추워 이번 겨울에 살아 날지 모르겠다고 넉두리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한국 지사장이 써준 추천서를 갖고 몇주후 미니아폴리스에 있는 노스웨스트 본사에 면접을 갔다. 이미 3년 자사의 직원이었던 나에게 신입에게 할만한 질문을하고 시험을 치게 하는 것에 실망했고 그리 좋은 면접을 마치지 못하고 돌아 왔다. C씨가 조금만 면접내용을 귀뜸을 해줬더라면 그렇게 어이없이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을텐데... 나보다 또 몇달 뒤에 온 B 송씨는 우선 나에게와서 며칠을 있으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준비하고 가서 예약직원으로 채용되었고 뉴욕에 배속되었다. 그러나 그 봉급으로는 뉴욕서 살기가 어려워 일이년뒤 그만 두고 세탁소를 했는데 후에 뉴욕서 여행사를 하다가 지금은 L.A.에 있는 것으로 안다.

 

두어주 뒤에 면접관이 전화를 해 경리사원으로 올 마음이 있냐고 물었다. 일단 있다고 대답하고 다시 미니아폴리스로 갔다. 한국에서는 항상 자신없던 산수였는데 지난번 시험때 미국수준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채용이 되어 신체검사까지 받고는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차도 없었고 있다해도 미니아폴리스까지 운전해갈 깡도 없었고 경리사원이란 직책이 뭔지 디트로이트 공돌이 보다도 보수가 짰고 또 이미 디트로이트에 찬바람이 부는데 미니아폴리스는 그보다도 화씨 10여도나 더 낮은 추운 지방이고.. 두어달을 미루다가 가지 않겠다고 편지를 써보냈다. 그때 나는 가발가게를 여러개 갖은 K.조씨의 창고에서 재고정리하고 가게에 배달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깟 일을 계속하려고 항공사의 채용 기회를 내던진 것은 분명 큰 실책이었다.

 

일년뒤에 델타에 취직이 되어 그때까지는 아직 노스웨스트에서 일하고 있던 B씨에게 전화했더니 잘됐다고 기뻐하며 델타에는 노조가 없고 다른 항공사의 노조가 파업등으로 어렵게 봉급을 올려놓으면 델타는 자사 직원에게 즉각 그보다도 더 많이 올려준다고했다. B씨 말대로 델타는 직원 대우가 노스웨스트보다 월등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때까지는 아직 한국에 취항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4년 넘어 공항에서 일했고 82년 여름에 프로그래머로 선정되어 아틀란타 본사로 이사왔다. 95년에는 IT직원들이 모두 두 방계회사로 전출되었는데 내가 간 방계회사에서는 봉급을 상당액 올려주는 대신 pension을 없앴다.

 

지난 목요일에 노스웨스트 직원들과 회의를 하며 만일 내가 32년 이회사에 왔더라면 아직 여기 있을까 직책은 뭘까 부부 김목사의 교회 교인이 되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런 영화가 있었던것 같다. 십여년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작한다는것 같은... 그러나 나는 29살이 아니고 60대이고 이 인생은 영화가 아니고 차가운 현실이다.

 

그 방계회사는 12월 말 부로 없어지고 모든 직원은 다시 본사로 편입된다고 한다. 연말까지는 델타-노스웨스트의 합병도 종료될 것 같다. 그때까지 내가 여기 있을런지 모르겠다. 2년전부터 part-time으로 일을 해오던 연방정부에서 뜻밖의 좋은 offer를 6월에 받았는데 연말 전에는 아예 그리 옮기게 될것 같다. 그리되면 새로운 32년의 인생길을 돌기 시작할런지... 아니면 다시금 full-time 직원으로 델타-노스웨스트 합병회사에서 두번째 쳇바퀴 돌기를 시작할런지... 하여간 내년부터는 two job 인생은 그만이라는 것 외에는 확실한게 없고 어디선가 들리는 "Don't burn the bridge behind you!"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