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캐롤라이나 급 출장
이번주엔 Fayetteville, NC에 급히 와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편도 꼭 400 마일 - 서울서 부산까지 갔다가 다시 대전까지 올라가는 먼 거리이다. 비행기로 가고 싶었으나 거기서 차를 빌릴수가 없어서 부득이 차로 갔다. 노스 캐롤라이나 북서쪽은 아팔라치안 산맥을 따라 지대가 높고 매우 아름다워 차로 가는 고생을 하는 대신 단풍구경을 많이 하리라 기대했는데 내가 고속도로 I-20로 지나간 남동부는 언덕도 없이 밋밋해 별다른 풍경을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중심은 단풍구경보다 단연 몰고간 차에 있었다. 장거리에 새차를 몰기도 그렇고 6기통 밴을 몰기도 그래서 차를 렌트해 갔다올까도 생각했지만 렌트하러 다니는 시간을 절약하기위해 애들이 가져가고 남은 내차 3대중 제일 오래된 94년도 니산 픽업트럭으로 다녀오기로했다. 주위에서는 그고물차를 몰고 가다가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하냐고 걱정들을 했지만 주로 그것으로 출퇴근을 하는 나로서는 거기쯤 다녀오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차는 큰애가 새걸로 사서 타다가 동생에게 물려준 것인데 작년에 그놈이 덴버로 이사갈때 이차로 가기에는 무리하게 생각되어 좀 나은 차로 보내고 이차는 내가 다시 물려받았었다. 내차들은 충실히 oil change를 하지만 이차는 둘째가 쓰며 어쩌다 내가 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처버렸었다. 그래도 거의 30만 마일에 육박하며 기계상태는 험이없어 아침에 발동이 걸리지 않는다거나 가다가 갑자기 서는 일은 없는 차이다. 둘째가 쓰면서 몇번 경미한 사고를 내서 앞콧대가리와 몸 중간이 좀 들어갔고 페인트는 곳곳이 바래서 볼상 사나워 만일 한국에서 식당에 몰고가면 주차하는 사람들이 거들떠도 보지않겠지만 미국서는 부끄럽게 여길일이 없다. 장거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기회에 fuel injection 시스템을 씻어내려고 용액을 사서 개스통에 붓고 개스로 채우고 정오쯤 떠났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 한시간쯤 쉬고 그곳 지부로 출근했다. 나는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저녁 9시반이면 잘시간인데 그때부터 일을 시작하려니 마음에 부담이 된다. 자정이 되어갈때는 7시간반 운전은 고사하고 내지역에서도 자정을 넘겨 일하려면 큰부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출동을 나가니 피곤하고 졸린것이 다 도망가고 힘이 솟는다. 이런걸 아드레날린이 나온다고하던가 엔돌핀 덕분이라 하던가. 집떠날때 몸이 찌부드 했었는데 말끔이 잊고 새벽 4시까지 일했다. 거기일은 잘 마무리됐고 멀리 달려간 보람이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 두세시간 자고 적당히 아침을 때우고 아틀란타에서 퇴근시간 교통체증에 걸리지 않도록 일찍 떠났다.
차는 잘 굴렀는데 집으로 오다가 기름을 넣을때 환기통 입구에 댄 grid가 날라가 버린걸 알았다. 그것 없이도 운행에 지장은 없는데 언제 junkyard에 가면 찾아봐야겠다. 만일 비행기로 갔더라면 변경불가능한 표가 $600 이었을텐데 자동차로 출장을 가면 마일당 50전을 받는다. 왕복 800마일에 개인 자동차 사용료로 $400을 받았으니 나는 기름값 제하고도 $300정도 떨어진 셈이고 정부는 $600 - $400 = $200에 자동차 렌트비를 절약한 win-win 상태가 됐다. 동료하나가 그차는 팔아봐야 그값도 못받을 것이라고 놀린다. 고년놈. 신형차가 없는게 아니지만 그차보다는 이차를 더 자랑하고 싶은것은 아무래도 오래 봐서 정이 들어서인가 나도 나이를 먹으며 나이 먹은 차에 동료의식을 갖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