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도 따고 님도 보고
나는 단체 여행은 한적이 없고 여행안내책자와 인터넷을 도구로 개인여행 하기를 좋아한다. 유럽여행 때는 Rick Steves의 유럽안내책이 필수다. 그런데 유럽여행전문가 Steves는 그의 TV 프로그램에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흔히 받는다. 개인으로서도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면 여행객으로서 접할수 없는 경험을 할수있으리라.
이번에 나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데이트를 하게 됐다. 이번이 세번째다. 이전 두번, 12년 가을과 작년 봄엔 일산 호수공원에서 만났다. 공원을 한바퀴 걷는건 누구나 할수 있지만 저렴하고 깨끗하고 맛있는 식당과 커피가 500원인 대형교회 만남방은 현지사람만이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중간지점인 지하철 충무역에서 만났다. 거기서 순환버스를 타고 남산으로 올라가고 버스에서 내려서 팔각정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산 밑으로 내려오고 다시 버스를 타고 남대문 시장으로가고 하는 것은 현지의 일류가이드만이 알수 있으리라. 시장거리에 촘촘히 들어선 가게 사이에 먹자골목이 있고 그골목에 갈치 조림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 선것을 우리같은 여행객이 어찌 알수 있었으랴. 한국에서 계속 살았어도 몰랐을 것 같다. 현지 일류가이드와 데이트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일석이조. 뽕도 따고 님도 보고. 헤어져서는 종로4가에 갈 것이라고 했더니 한 버스를 타라는데 버스 행선지에 종로가 쓰이지 않았다. 그래도 믿는 마음으로 타니 종로4가로 갔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는 알았던것 같지 않은데 수년전 대학 동창의 다음 카페에서 만났고 그후 한국에 왔을때 카페 식구들을 만나는 중에 처음으로 얼굴을 대했다. 카페에 올린 글의 깔끔한 내용을 봐서 강인한 성격의 인물일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만나니 부드럽고 자상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후 서로를 존경하는 친구가 됐고 두어차례 만난 후에는 어려서부터 알던 사이같이 친밀감을 갖게됐다. 한국에 오는 모든 친구들에게 그렇겠지만 나와의 데이트에 나의 시간에 맞춰 만사를 제치고 나와주고 소중한 친구로 받아주고 하는 말을 다 들어주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지혜를 가졌다. 거기다 인터넷에선 찾을 수 없는 여행 안내까지 해주니 만남의 가치를 더해준다. 내 가이드는 Steves의 가이드보다 훌륭한 맞춤형 가이드이다. 처음에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던 데이트가 이젠 한국방문의 주행사가 됐다. 다음 데이트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