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불사! 40여년 전 그여인들 나를 짝사랑 했던 건가?
1976년 이민 후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 다니다 기름을 넣으려 들렸던 마라톤 셀프 서비스 주유소에서 일을 하게 됐다. 주로 저녁시간에 혼자 있다가 기름 값을 받고 담배나 스낵을 팔기도 하는 일이었다. 자정에 문을 닫고는 판 물건의 수를 세고 판매 액수를 확인하는 원시적 작업을 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쳐주지 않는 저임금 노동착취형 직장이었다. 나는 15분이면 이 일을 끝냈지만 낮에 일하고 나에게 가게를 인계하는 미국애들은 반시간이상 싱갱이를 하고도 계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내 앞 낮 시간에 일하던 Rita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수수한 여성이었다. 하루 늦은 밤에 리타가 청년 여러명과 술에 취해 들어와 주정을 했다. "얘는 뭐든지 잘해." "얘가 기혼인게 유감야" 같이 들어온 청년들이 리타의 횡설수설의 대상인 나에게 시비를 걸 줄 알고 돌발 사태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조용히 앉아들 있다가 리타의 넉두리가 다 끝나자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그러고보니 그 사내들은 그리 거친 인상은 아니었다. 얼마후 공돌이로 취직 함으로 리타와의 인연은 끝났다.
다음해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같이 일하던 Evelyn이라는 여직원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20대후반 30대 초반 독신. 태도와 언사가 경쾌하고 밝고 귀염성 있는 여인이었다. 내가 출근하면 달려와 뺨에 키스를 하고 맥놓고 앉아있는데 뒤에서 눈을 가리고 "누구니?" 장난을 했다. 나는 미국인들은 동료간에 그러나보다 생각하고 별 다르게 해석하지 않았지만 지금껏 45년을 미국인들과 일하며 직장 동료간에 그런 행위를 하는걸 본 적이없다. 같이 일한지 일년 정도 지나 편찮으신 어머니를 보살피려 시골로 간다고 떠나며 인연이 끝났다.
그때는 그여인들의 나에 대한 감정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갖 온 외톨이 청년을 친구로 받아 들여 준 것이 고맙고 그들과의 짧은 인연이 가끔 생각난다. 그러게 리타가 그때 한 말, Young knows what he's doing. Too bad he's already married. 그리고 에벌린의 Guess who? 가 아직 귓전을 울린다. 집사람이 알아 주었으면 싶다. "축하해. 당신 남편이 이런 사람야" 리타가 같이 술마시며 돌아다니던 청년 중 건실한 한 청년과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에벌린의 어머니는 오래전 떠나셨을 것 이고 에벌린은 독신으로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주위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외롭진 않겠지. Rita and Evelyn, my dear friends, thanks! Hope you're happy wherever you are! 에구 별생각이 다 나는게 늙었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