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집사람과 같이 하고 출근길에 오른다. 한 10분간을 순조롭게 달리고는 405 고속도로에서 그만 거북이 걸음이 되지만 15마일에 불과한 거리라 45분 남짓한 시간에 회사에 도착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집사람이 싸준 식사를 데워 먹는다. 퇴근길은 훨씬 순조로워 반시간이 안걸린다. 집사람이 정성껏 준비해놓은 저녁 식사를 하고 동네를 걷는다. 해변으로가서 걷고는 방에 돌아와 인터넷도 하고 TV도 보다가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말하면 월급쟁이의 평소의 하루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내가 사는 동네에는 405고속도로도 해변도 없다. 지금과 같이 출장나왔을때의 하루이야기이다. 정부에서 일을 시작한 후에는 삼사일의 단기출장에서부터 한달간의 장기출장을 갈 일이 가끔 생긴다. 그럴때 호텔의 정하는 기준이 1. 아침 식사를 주나 2. 인터넷이 되나 3. 부엌이 있나. 4. 동네 길에 인도가 따로있고 밤에 걸어도 될만큼 안전한가. 5. 출근할 사무실에서 가까운가. 이순서대로이다. 매리옷 계열의 Residence Inn이 첫 3 조건을 만족시키고 월화수 삼일은 저녁식사도 주기때문에 되도록 그호텔을 택한다.
레진던스 인에는 풀사이즈의 스토브와 냉장고, 냄비, 식기등이 다 있어 편리하다. 집에서 cooler에 김치등 반찬을 담아오고 근처 한국 식품점에서 몇가지 사와 보충하면 집에서 차려먹는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에는 L.A.에 한달 예정으로 왔는데 여기서 든 곳은 만하탄 비치라는 동네다. 걸어서 10분거리에 해변이 있는데 해변 가까이 있는 집들은 물론 좀 떨어진 집들도 꽤 비싸보인다. 마당은 거의 없지만 돈들여 가꿨고 집은 크고 호화롭다. 우리형편에 이동네의 집을 사서 사는건 어렵겠지만 호텔에 들어있는건 할수있다. 어느 동네나 걸어다니려면 조심해야 하지만 여긴 비교적 안전해보인다.
집사람이 같이 걸으면 한시간 반정도 걷고 집사람이 집에 잠시 돌아간 지금같은때는 혼자서 두시간도 세시간도 걷는다. 나는 원래 걷기를 좋아하는데 걷는게 몸에도 좋다하니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늘은 아랫동네 허모사 (에르모사) 비치까지 걸어갔다왔다. 두시간 반정도 걸렸다. 지금까지 걷지 않는 길을 골라 갔다가 걷지 않은 길을 골라 돌아왔다. 길이 얼기설기 서로 뚫려 길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길 잃어버리면 더 걸을 핑계가 되어 더 좋다.
출장을 간 동네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는건 보너스와 같은 특혜다. L.A.에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만치 나도 아는이들이 많이 있어서 반갑게 만나고 있는 중이다. L.A.에는 잠시 왔다가 갈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지리와 사정을 다소 익히고 있다. 여긴 아직 따뜻한데 아틀란타는 추워졌다고 집사람이 전화했다. 작년 이른 여름에 뉴악에 갔을때는 집은 더워졌는데 거긴 시원해 피서간 기분이었다. 집이 추울때 따뜻한 지방으로, 집이 더울때 시원한 지방으로 철새같이 출장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