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친구 병설이가 멀리서 찾아오다 2부

Young1Kim 2017. 2. 26. 09:42

졸업후 한번도 보지 못한 친구도 많은데 병설이는 비교적 많이 봤다. 병설이는 결혼을 빨리 했다. 대학 재학중 한것으로 기억된다. 한번은 교회 친구들과 연희동 논에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봉원동에서부터 걸어가며 꽁꽁 언 발에 꽁꽁언 스케이트를 신었는데 병설이가 차를 몰고 나타나 따뜻한 자동차 안에서 따뜻한 스케이트를 신고 바로 논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집이 잘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있는 테를 내지 않아 흉허물 없이 친 할 수 있었다.

대학을 같이 다녔으나 졸업은 나보다 나중에 했는데 내 졸업식에 나타났다. 그땐 친구들 졸업식에 따라 다니지 않을 때라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너 졸업사진 찍어주려고"했다. 병설이가 찍어준 사진과 고마운 마음을 아직도 갖고있다.

90년대 중반이었을까 만하탄 한 건물에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둘이 같이 "어..어.." 소리를 질렀다. 병설이였다. 두말없이 나를 끌고 뉴욕주 북쪽으로 달려가 집으로 갔다. 미국와서는 건축을 다시 공부했는데 자기가 지은 집이라고했다. 호숫가의 넓은 터에 멋진 집이었다.


병설이가 하는 화랑엘 간적도있다. 유명한 SoHo 지역의 멋진 화랑이었다. 당시에는 비쌌던 고성능 애플 컴퓨터를 차한대 값을 들여 사서 쓰고 있었다. 자신의 예술품을 만든다고도 했다.


몇년후 워싱턴 상숙이 집에서 미동부 동창 몇이 모였다. 재복이가 먼저 차를 빌려 나를 공항에서 픽업해 줬다. 상숙이네 집에 도착하니 마침 다른 사람들도 도착해 같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여느때와 같이 여자들은 부엌으로 들어가고 남편들은 거실로 갔다. 거실에 앉아 가만 생각해보니 뭔가 잘못됐다. 여자들이 내 동창이니 나도 부엌으로 갔어야했다. 부엌으로 가니 여자들이 "얘 너는 번지수도 모르니?" 하고 핀잔을 준다. 동창이 좋긴 좋다. 늙어 만나도 얘쟤 할수 있으니. 재복이는 "쟤는 공항에서 허그도 안해주더라" 한술 더뜬다. 곧 병설이가 뉴욕서 달려와 청일점 신세를 면했다.


다음해에는 뉴욕 병설네 집에서 모였다. 지시대로 기차를 타고 어느 역에서 내려 기다리니 병설이 아들이 데릴러왔다. 대부분 지난해에 상숙이네 집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뉴욕서 산다는 광희가 와 앉아있었다. "응 영원이 니가 온다고해서 왔어" 빈말일 지언정 고마운 말에 감동 먹었다. 역시 남자 동창은 집주인 병설이와 나 뿐이었다. 한동창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눈이 잘 안보여 남편이 운전해 데려왔는데 어찌 활달하고 유쾌하던지. 남편의 의사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으며 일을 한다고했다. 걔가 한 농담들: 북한에선 한자에서 나온 우리말을 순수 우리말로 다 바꿨는데 전구를 뭐라고 하게? 등이었다. 답은 불알. 그게 동부 모임의 마지막이 됐다.


재작년 한국에 갔을때 병설이 형님이 하신다는 골프장엘 간 적이있다. 한국엔 일년에 한두번 들어가 한두달씩 있는다고했다. 동창이 많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었다. 작년 가을 동창들이 모였을 때도 병설이도 마침 한국에 들어와 만났다.


지금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만하탄으로 갈수있는 뉴저지에 산다고했다. 북부의 겨울을 피해 매년 플로리다엘 가련다고해 내려갈때 들리고 올라갈때 또 들리라고 했다. 아직도 조지아에 구경시켜줄 것 많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영아 가끔 보자  (0) 2019.04.22
재복이 소식  (0) 2017.07.24
친구 병설이가 멀리서 찾아오다 1부  (0) 2017.02.26
한국의 뉴스를 볼때 의아한 점  (0) 2017.01.01
항상 호기심이 많은 광남이형  (0) 201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