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fort zone을 야후 영한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쾌감대, 쾌적지대로 나왔다. 쾌감대는 성욕의 의미가 있어 부적절한 해석으로 생각되고 쾌적지대는 그보다는 가깝다 하겠다. 말로 풀어 해설하자면 "마음 편한 상태"라고 할수 있을 것 같다.
작년 회사의 형편이 아주 나빴을 때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갔다. 매년 정기적으로 상당액을 주던 보너스부터 끊기고 곧 감봉이 두번 되니 견디기 힘들게 연봉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항공업계는 경기의 바닥을 헤매고 있었으나 IT업계는 회복일로에 있어서 항공업계에서 IT일을 하던 사람들이 다른 IT업계의 회사로 떠나가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능력있는 사람들은 다 떠나갔다. 나같이 청춘을 이회사에서 보내어 침몰하는 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남아있는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능력이 없어 다른 회사에 취직하지 못한 쓰레기들만 남은듯 했다. 그런데 전에 같이 일하던 인도인 친구를 회사 복도에서 만났다. 다른 곳에 가고 싶었으면 감봉 전의 봉급보다도 더 많이 받고 갈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 아직 회사에 남아있는것이 의아해 했더니 십여년을 이 회사에서 일하고는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가 자기에게 "comfort zone"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항공업계도 회복일로에 들어니 나갔던 친구들이 다시 들어 온 사람도 있고 들어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가보니 여기만한 comfort zone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항공료가 들지 않으므로 여행을 참 많이 했다. 새 노선이 생길 때 마다 가보지 않은 곳을 다녔다. 미지의 세계에 가서 마치 일시 시민과 같이 그곳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경험은 내가 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 같은 성취감을 준다. 나는 남미나 유럽을 여행할 때는 호텔 예약도 하지 않고 현지에서 부딪치는 무모한 여행을 많이 한다. 빈손으로 미국에 무모하게 온 것을 생각하면 호텔예약 없이 물건너 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나도 갔던 곳을 여러번 다시 가는 일이 있다. 영국은 열다섯번 이상 가고 이탈리아는 열번 가까이 간것 같다. 우리 회사 비행기가 가는 도시를 다 가보지 못했으면서 갔던 곳을 자꾸 다시 가는 것은 여러번 가봐서 편하기 때문이다. 런던의 지하철 지도가 머리에 훤하고 이탈리아의 자동 기차역 판매기의 화면을 두번 생각치 않고 누를 정도로 친숙해졌다. 나에게는 영국과 이탈리아가 comfort zone이 된것이다.
얼마전 잘 알던 분이 자기 가게에서 무참해 살해되었다. 장례식에서 외아들이 울먹이며 자기 아버지는 수십년을 가게에서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일을 하며 오락이라는 것을 몰랐단다. 그렇게 일을 해 한국에 있는 조카들까지 다 대학교육을 시켰다한다. 그런데 마침 사고를 당하기 수주전에 억지로 등을 밀어 식구들이 해변가로 휴가를 갔다온 이야기를 한다. 동포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많다. 가게를 하니 휴가를 갈 엄두가 안난다. 나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무슨 여행을 그리 많이 하느냐 좀 작작 다녀라 하는 소리를 잘 듣는 입장에서 일주 6일이나 심지어는 7일을 가게에 붙어 일을 하다가 불의의 변을 당하거나 불치의 병에 걸리는 이들을 볼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작년 11월 부터 나도 그런 입장을 조금은 이해 할 기회를 갖는다. 다니던 회사를 4일만 나가고 다른 곳으로 수요일에 일을 나가는데 그곳 일이 밀려 지난 몇주간은 토요일도 갔다. 그런데 일주 6일 일을 하는 자신이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두 직장이 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이다. 두 직장이 나의 comfort zone이 된 것이다. 아하 얼마전 불의의 사고를 당한 분은 해변가로 휴가를 가는 것이 comfort zone이 아니었고 자기 가게였구나. 자기 comfort zone에 항상 있다가 떠나갔으니 주위사람들은 측은하게 여겼을지언정 자신은 보람있는 삶을 살고 간 것이었구나.
이제는 휴가를 외면하고 이북에 살지도 않으면서 일주 6일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는 주위의 사람들을 측은히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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