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같이 일하는 친구 하나가 몇달후 입사 25년이 되면 조기 은퇴할 자격이 생긴다고 벌써부터 들썩거린다. 한국에서는 은퇴를 하고도 은퇴 전보다 더 바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여기 사람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패턴을 따른다. 즉 몇달 또는 몇년 전 부터 은퇴를 고대하다가 드디어 은퇴를 하고는 camper를 하나 사서 전국을 몇달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월마트 같은데 취직하는데 그 이유는 두가지: 첫째 집에서 늦잠자고 하루종일 TV 보는것 보다야 저임금이나마 일을 나가는 것이 정신위생상 좋겠고 둘째 막상 일을 하지 않으니 역시 돈이 딸리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샘스에서 2천불짜리 2기통 자동 변속 트랙터을 시즌이 지났으므로 555불에 세일을 했었다. 1기통 수동 변속도 그값에 못사는데. 당장 사려고 티켓을 뽑았다가 매장내를 한바퀴 돌며 다시 생각하고는 도로 갖다 놨다. 그때만 해도 회사 경기가 나빠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런지가 의문이었다. 또 그때는 같은 일을 하는 developer가 네명이 있었는데 나는 다른 팀에서 간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리 치명적 팀원이 되지 못한 상태였다. 네명중 하나를 쫒아내려면 내가 생각해도 나를 쫒아내는 것이 제일 논리적이었다. 그러면 생활을 재조정해야할 것이고 터가 넓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그 트랙터가 편리한 기계가 아닌 애물단지 white elephant 로 남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 사정도 많이 나아졌고 팀원 둘은 회사를 떠나고 하나는 다른 팀으로 떠나갔다. 십만명 직원들과 은퇴자들이 자주 쓰는 application을 혼자 잡고 있으니 job security가 갑자기 좋아졌다. 반대로 회사로서는 그일을 한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몹시 불안해 팀원을 하나 붙여주려 하는데 역시 큰 회사라 여러가지 red tape 에 걸려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 트랙터를 사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금년에는 그만한 세일 가격에 미치지 못하고 치워버렸다.
한편 3년전부터 추진하던 어느 곳의 파트타임 계약직원의 일이 결국 허락이 났다. 무료는 아니지만 지역사회 봉사 차원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다. 쫒겨나면 돈으로 받아 나가려고 얼마 쓰지 않은 휴가를 이용해 이달부터 매주 이삼일씩 그리로 나간다. 그곳에서는 일이 많이 밀려 내가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니 실망한 표정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회사에서 일주 1일을 줄여 일을 하고 그곳 일을 하루이틀씩 계속하려한다.
남들은 은퇴를 하는 판에 두번째 일을 잡았으니 마치 달리기에서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뛰는 느낌이다. 내가 얼마나 일을 더 할 것인가 생각해본다. 여행은 은퇴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이미 갈만한덴 다 가봤다. 둘다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 구태여 하던 일을 그만두고 “Welcome to Walmart” 할 일도 없다. “적어도 5년은. 십년은 좀 길고” 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들으니 건방진 소리다. 아직은 건강하니까 하지만 언제 건강이 떠나갈지 모른다. 직장이 둘이라고 하나 돌에 새겨진 것은 아니다. 내일 다 손 털더라도 오늘은 나가는 직장에서 충실히 해야겠다. 친구들에게는 말한다. “하는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11. 일본과 일본인 (0) | 2007.08.12 |
---|---|
2006.11. 작은 성취 (0) | 2007.08.12 |
2006.11. 옛 직장동료들 (0) | 2007.08.12 |
2006.8. 텃밭 (0) | 2007.08.12 |
2006.7. 중동문제의 근원 (0) | 2007.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