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안정을 하자 한국에 두고왔던 아이를 어머니가 데리고 오셨다. 어머니가 일년 남짓 머무르시는 동안 작은 집도 하나 샀다.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항공사 근무자들은 입사서열별로 근무시간을 택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낮근무를 하려면 7년의 서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후에는 신입사원을 거의 뽑질 않아 낮 근무 할수 있는 서열이 매년 올라갔다. 나이 먹어 휠체어에 앉아야할 때에나 낮근무에 주말을 쉴수있을 것이라고 농담삼아들 얘기했다.입사4년이 된 1981년 겨울에 load planner라는 직책의 교육을 받았다. 디트로이트는 워낙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었는데 그해에는 특히 눈이 많이 왔다. 우리 학생들은 밖에서 허리까지 오는 눈을 치우며 고생하는 동료들을 내다보며 따뜻한 실내에서 교육을 받게 된것을 서로 축하했다. 그뿐 아니라 불과 몇주지만 저녁 근무를 면하고 낮에 교육을 받게 된것이 큰 특권이었다.
그 직책은 비행기에 탈 인원과 짐을 계산해 제일 적절하게 화물칸에 짐을 나눠싣고 비행기에 실을 연료를 계산하는 일이었다. 산수에 둔한 미국인 동료들은 교육중에도 감이 전혀 가지 않아 고전을 했는데 나에겐 어쩐지 참 쉬웠다. 아마도 교관이 유능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자연히 교관과 절친해졌고 동료학생들로부터는 우수학생 내지는 조교로 인정받아 휴식시간에는 동료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바빴다.
비행기 무게를 정확히 계산한다는건 항공사에 있어서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비행기의 무게가 초과되면 이륙시나 착륙시에 사고가 나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생길 것이다. 비행기의 최대무게는 비행기 설계상의 최대무게, 이륙 최대무게, 착륙 최대무게의 세가지인데 그 어느 하나라도 초과되면 안된다. 또 짐을 잘못 배정하면 비행기가 앞으로나 뒤로 기울어 위험해 지기도 하지만 연료 소모도 커진다. 연료를 덜 실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연료가 떨어져 위험해지고 필요 이상으로 많이 실으면 필요 이상의 연료소모가 생긴다.
교육이 끝나고 최종 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경험있는 선배와 두달을 같이 앉아 실무를 익혀야한다. 그런데 나를 맡았던 선배는 반나절을 내 옆에 앉아있다가 더 가르칠께 없다고 하며 나가버렸다. 그때 디트로이트 공항에서는 델타 비행기가 8대에서 10대 정도가 이륙했는데 담당자 두사람이 반씩 맡았다. 출근하면 첫 비행기의 flight plan을 본사에서 받고 화물과에서 화물 하중을, 우편과에서 우편물 하중을, 여객과에서 여객수를 목적지 별로 받고는 어디로 가는 화물은 몇번 짐칸 에 어디로가는 우편물은 몇번짐칸 에 등등을 결정해 짐 싣는 동료들에게 지시했다. 화물 하중과 여객의 예상 무게와 일단 유사시 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킬 공항까지 고려해 연료를 계산하고 연료를 싣는 계약직원에게 연료통 몇번에 몇 파운드 몇번에 몇 파운드 이렇게 지시했다.
Load planner의 일은 내가 그때까지 해본 일중에 제일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 이렇게 내가 하는 예비계산은 실제와 항상 가까워 최종계산에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았다. 최종계산을 빨리 하고는 무전으로 조종사를 불러 수치를 불러주었다. 일등에 승객 몇명, 이들에 몇명으로 시작해 비행기의 실제 무게와 중심이 어느 점에 있는가를 불러주고는 “Have a nice flight. Over.” 하면 비행기 한대의 일이 끝났다. 그렇게 네번만 하면 하루가 간다. 지금은 이런일을 다 컴퓨터로 하나 그때는 손으로 했다.
최종무게는 게이트의 제트웨이가 비행기에서 떨어진 후 계산을 해야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활주로를 향해 갈때 무게가 초과된 것이 발견되면 다시 불러들여 짐을 끌어 내려 무게를 줄여야한다. 특히 공기가 희박해지는 여름철에 한두번 비행기를 불러들이는 경험을 누구나 했는데 그렇게 되면 비행기의 출발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빈 게이트를 찾아야하고 승객짐과 우편물을 내린후에 제일 깊이 들어간 화물을 꺼내는등 불편이 이루 말할수 없었으나 안전을 위해서는 불러들이지 않을수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기록을 깼다. 나는 한번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일을 항상 할수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1981년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다. 체감 온도가 화씨 -100도가 된다는 날이 있었다. 밖은 추우나 나는 실내에서 일할것이기 때문에 미국애들이 대개 하듯 두꺼운 잠바 안에는 반팔 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그럴때는 새파랗게 얼어서 들어오는 동료들에게 "야 거 밖에 춥냐" 하고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런데 하루는 너무 추워 많은 사람이 아프다고 못나왔으니 밖에 나가 비행기에 짐을 실어 보내는 것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나는 대책없이 출근했다가 동료들에게서 털모자도 얻어 쓰고 장갑도 얻어 끼고 나갔으나 뼈속까지 깊이 얼었다. 그리고는 다음 겨울부터는 절대로 램프에서 나질 않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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