뮨헨에서 남 독일 바예른알프스 지방을 돌며 루드빅 2세의 성들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 그 성들 중에는 디즈니 랜드의 성의 모델이 된 Neuschwanstein 성도 있었다. 며칠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잘 하고 뮨헨 공항 가까이서 자고 다음날 아침 떠날 계획이었다. 식구를 끌고 다니면서도 호텔 예약 없이 돌아다닐때였는데 한 이름있는 호텔에 들어가 물어보니 $200 이 넘는다. 20여년 전이었으니 인터넷으로 호텔을 찾는 방법이 없을 때였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주는 청년에게 근처에 싸고 깨끗한 호텔이 있냐고 물었더니 어디 어디로 가라고 가르쳐준다. 허허벌판을 헤메다가 간신히 찾았다. 주인 아줌마는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온다. 방두개에 얼마냐고 했더니 "Hundert und zwanzig" 라고하며 숫자를 써주려고 종이와 연필을 찾는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독일어를 배우고도 독일 여행 며칠간 알아 듣거나 말을 할수 있는게 별로 없었는데 그건 알아들어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때 2 독일 마크가 $1 정도 할 때 인것 같은데 두방에 120 마크면 $60. 한방에 $30이니 그때나 지금이나 무척 싼 값이다.
방은 깨끗했고 여름이었는데도 해가지자 냉방이 필요없었고 창문을 열면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그런데 열린 창에서 소똥 냄새가 들어왔다. 아마 소똥을 밭의 비료로 쓰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길에서 목에 방울을 딸랑거리고 다니는 소떼를 적쟎이 만나기도했다. 애들은 똥냄새 난다고 난리인데 나는 오히려 옛날에 한국에서 인분을 비료로 쓰던 생각이나서 싫지 않았다.
호텔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할꺼냐고 묻는다. 불행히도 이미 저녁을 먹었다고 하니 서운한 표정을 하며 자기네 식당이 그지방에서 제일가는 바예른 식당이라고 한다. 바예른 지방을 여러날 여행하며 진짜 바예른 음식을 먹지 못한게 지금까지 아쉽다.
집사람과 애들은 방에서 쉬겠다고하고 나는 동네에 걸어나가봤다. 프라이징 Freising시의 작은 마을인데 집집마다 불이 켜져있지만 길에는 사람이 하나도 다니지 않는다. 길 한가운데 젊은 군인의 동상이 높게 서있고 아래에는 비문이 써있어 짧은 독일어 실력에 차근차근 읽어보니 그마을에서 2차대전에 나갔다가 전사한 청년들을 추모하는 애절한 글이다. 등골이 갑자기 서늘해진다.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미군은 좋은 편이고 독일군은 나쁜 놈이라고 배워왔다. 미군이 죽으면 안됐고 독일군이 죽으면 안심이 되는 사고방식이 박혔다. 그러나 그 비문을 보니 독일군도 한가정의 귀한 아들이었다. 독일 가정이 전쟁에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건 미국가정이 전쟁에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것과 조금도 덜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차대전의 왜군이나 한국전의 북한군이나 희생이 안타까운건 다 마찬가질 꺼다. 아니 예전의 군인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이 중에도 고운 이 만 있는게 아니고 미운 이가 있기도한데 그사람들이 다 그집 부모에겐 사랑하는 자녀고 배우자에겐 믿고 의지하는 남편이요 어여쁜 부인이고 자식들에겐 존경받는 부모라는걸 기억해야겠다. 프라이징에 다시 가게되면 그식당에 가서 전통 바예른 음식을 꼭 먹어야겠다. (그러나 가게될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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