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학 동기 한사람이 한국에서 방문을 왔다가 나하고 하루를 같이 보냈는데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몇 안되는데 내가 그중 하나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분명 미국에 와 학교를 다니고 학위를 받아서 직장을 다녔겠지만 나는 무작정 도미를 하고 학교를 다니거나 장사를 할 돈이 없어서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60년대 후반에 서강대학은 우수한 영어교육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당시로는 드물게 테이프로 영어를 듣고 따라하는 language lab이 있었고 대부분의 영어 과목을 미국인 신부님들이 가르쳤기 때문에 좋은 평을 들을 만 했다. 특히 영문과 3, 4 학년 땐 영어 수업이 한국어 수업보다 많았다. 우리 몇 안되는 남학생들은 뒷자리에 앉아서 기라성 같은 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인 교수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을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들을 보는 것 같이 우러러 볼 뿐이 었다. 그래도 상 아래 떨어진 부스러기를 줏어먹듯 다소간 배우는건 있었던 모양이다.
졸업 후 공군 교관으로 장교와 하사관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하루는 미공군 고문관이 새로운 시험문제를 들고 와 난이도를 알아 보기 위해 교관들에게 시험을 치게했다. 음성과 필기 시험지의 물음이 반반이었다. 한사람이라도 만점을 받으면 모두에게 술을 사겠다고했다. 다 치고나자 채점을 하더니 한사람이 만점을 받았지만 한문제를 틀렸다가 맞는 답으로 고쳤기 때문에 술을 살 수 없다고 어거지를 썼다. 그 만점 받은 한사람이 나였다. 그때 부터 전 교육부대에서 우수교관으로 인정 받았다. 학교에선 비록 뒷자리에서 낙제점만 받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겼는데 환경이 조금 달라졌다.
제대후 직장을 한 4년 다니다가 무작정 도미를 했는데 모두들 넌 영어를 잘 하니 미국엘 가면 먹고 살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들 했다. 영어에 아직 그리 자신이 서지도 았았지만 미국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의아했다. 미국엘 오니 모두들 넌 영어를 잘 하니 워싱턴에 가면 일자리가 많을 꺼라고 했다. 워싱턴에 영어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또 의아했다.
미국에 와서는 미시간에서 항공사에 취직해 공항에서 일을 했다. 한편 교회에서 영어목회를 인도하고 교인들이나 이웃이 법정 등에 나갈때 통역을 해줬다. 법정에서 잘 모르고 불리한 발언을 하면 덜 불리하게 통역을 해줬다. 한번은 미시간의 Flint라는 시에서 매춘으로 잡혀온 여인들을 FBI 요원이 인터뷰를 했다. 덩치가 큰 사람이 꽉끼는 청바지에 권총을 찬것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정직치 않은 통역으로 여인들은 무죄로 풀려났다.
5년째 되던 해 프로그래머 시험을 치러 본사로 왔다. 첫날에 적성검사 세개를 합격하고 둘째날엔 Dr Janus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 가서 하루종일 시험을 치고 인터뷰를 하는 고역을 치뤘다. 그중엔 영어시험도 있있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시험은 수없이 쳐봤지만 대학을 졸업한 미국인을 대상으로한 시험은 처음이었다. 그리 잘 못하진 않았기에 합격한것 같다. 그외엔 프로그래머로서의 업무가 적성에 맞을런지 회사를 배신하진 않을런지 하는 등의 평가였다.
아틀란타 본사에서 프로그래머로 26년을 더 일하고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연방정부에 취직 했다. 주업무는 따로 있지만 1년에 몇번은 한국인들을 위한 통역을 한다. 무료봉사를 할 때는 한국인들을 위해 정직치 않게 통역을 해 그들이 곤욕을 면하게 해 줬지만 지금은 정부의 공식 통역이니 정직, 정확하게 통역을 하지만 그래도 피 인터뷰인들이 주눅이 들지않게 인자하고 부드럽게 긴장을 풀어주며 통역을 한다.
한국에서 산 것 보다 한배 반의 세월을 미국에서 보낸 지금 아직도 자신이 없는 영어지만 그걸로 그럭저럭 먹고 살았고 워싱턴에 갔었으면 직종과 대우가 많이 다를 수 있었을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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