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들어와 앉으니 정말 앞일이 막막했다. 이판에 차까지 못쓰게 되었으니 일자리 구하러 돌아 다니는것은 고사하고라도 내일부터 아내를 어떻게 출근 시키나? 아내를 돌아보니 그녀 역시 절망한 표정이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한집안의 걱정은 한사람이 하면 족한거야. 두사람이 같이 걱정한다고 두배 만큼 빨리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 걱정하는 일은 내가 맡을테니 너는 염려할 필요 없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고 서로 자는 척했으나 둘다 한잠도 자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결국 직장을 구할 수 없자 아직 디트로이트 지역에 한국인 여행사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업가 M씨와 함께 여행사를 설립했다. 처음 몇개월 정도는 적자를 예상치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막상 금전 출남부에 적자가 기록되기 시작하니 M씨 보기에도 미안했고 당분간은 둘이 나눠먹을 것이 없을 것 같이 생각되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 여행사를 M씨에게 맡기고 헤어져 나왔다. 여행사를 포기한 또 한가지 이유는 너무도 무질서한 비행기표 시장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 같은 구간의 항공료는 어느 항사나 여행사에서 표를 구입하더라도 같은 법이다. 단지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른 특별요금을 약간의 제한을 붙여서 제시하고 있는데 여행사에서는 그러한 요금중 손님에게 가장 유리하고 저렴한 요금을 찾아주는 것이 최선의 서비스로 인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성급한 여행업자들이 항공사에서 자기들이 받을 커미션중 일부를 항공료에서 제해주는 소위 덤핑행위를 일삼기 시작하자 나머지 여행사들도 울며 겨자멱기로 따라가지 않을수 없게 되었고 손님으로부터 “도대체 원가가 얼마냐”는 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다. 소경 제닭 잡아먹는다고 일시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나중에는 손님은 손님내로 놓치고 응당 자기가 받아야할 커미션마저 제대로 못받게 되었으니 동포들의 호흡 짧은 상술에 한심한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행사를 나오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큰 항공사마다 구직 편지를 복사해서 보냈더니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당장은 자리가 없다는 정중한 거절 답장들을 보내왔다.
또다시 실업자 신세가 된 것인데 형님과 같이 따르는 H씨가 그로스 포인트라는 부촌에 사는 어느 미국인이 자기 집 페인트 칠을 해달라는데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그집을 가보았더니 그리 크지 않은 것 같고 노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120불 계약을 하고 칠을 시작했으나 일이 생각 같이 쉽지가 않았다. 우선 2층까지 기어 올라가 창문의 스크린들을 떼어내고 낡은 칠을 벗기고 빠데를 긁어낸 후 다시 새 빠데를 바르고 그것이 마른뒤에 밑칠을 하고 페인트를 발고 스크린을 다시 붙이고 하니 고작 3, 4일로 생각했던 일이 결국 2주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그와 함께 페인트공으로서의 나의 경럭도 끝장을 냈다.
'이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평범한 이민사 6 마지막회 (0) | 2010.05.22 |
---|---|
한 평범한 이민사 5 (0) | 2010.05.22 |
한 평범한 이민사 4 (0) | 2010.05.18 |
한 평범한 이민사 2 (0) | 2007.08.12 |
한 평범한 이민사 1 (0) | 2007.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