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그때 그이야기

Young1Kim 2009. 3. 1. 08:10

4학년이었던것 같다. 교수마다 읽으라는 숙제를 도저히 감당할수가 없었다. 하루는 당장 독후감을 써내야하는 소설이 하나 있었다. 영국발음의 수녀님이 내준 paperback 소설이었는데 젊은 남녀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서너명의 남학생들 중 그책을 읽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대책을 의론하고 여학생들에게 접근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한놈이 소외된 남학생들을 비교적 외면치 않던 한 여학생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로했다. 그여학생은 물론 그책을 이미 읽었었고 곧 우리가 모인 lounge 구석에 와서 친절히 그소설의 내용을 설명해줬다.

 

"그여자가 그사람을 개 ㅈㅗㅈ으로 여겨서요..."

 

우리 남학생들은 아연해 서로 얼굴만 쳐다볼수밖에. 서글서글한 그여학생은 우리의 게으름을 나무래기 보다는 많은 여학생 중 자기를 청한것을 좋게 알고 남자들의 표현을 써 우리와 친근해지고자 했던것 같고 또 순진한 마음에 얼핏 들은 개X 표현이 차마 개의 그것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하고 아마 새끼에게 물리는 ㅈㅓㅈ으로 알았던것 같다. 우리는 그여학생이 간 후 바닥에 대굴대굴 구르며 웃으면서도 크게 고마운 생각을 마음속에 간직했었다.

 

어쨌든 자세히 설명을 들은 덕에 독후감을 써냈고 A를 받은 사람도 있었고 똑같이 듣고도 C를 받은사람도 있었다. 물론 개 무엇에 대한 표현은 쓴 사람이 없었겠지. 그여학생은 아마 평생을 그렇게 서글서글하고 자기보다 뒤떨어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살았으리라. 지금은 시집도 잘가고 자신도 사회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