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바이여 안녕

Young1Kim 2013. 11. 24. 08:43

작년 봄에 직장동료에게서 오토바이를 샀다. 모델도 색도 붙은 악세사리도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어서 휴게실에 판다는 공고가 붙은 것을 보고는 대뜸 샀다. 파는 친구는 주말에 호숫가의 집에 가서 탔었는데 그집을 정리하고 지금 도시의 집에는 차고가 없어 창고를 빌려 넣어놨다고 했다. 그리고 마눌이 도시나 고속도로는 위험하니 타지 말라고 했고 또 이제는 너무 나이가 많으니 안타는게 좋을 거라는 거였다. 나이를 따져보니 나보다 한살 아래다.

 

팔았던 친구가 몇달전 찾아와 그때 받은 돈을 줄테니 되 팔으란다. 10월 말에 은퇴하고 알라바마 시골로 이사 가는데 거기선 마눌이 타도 된다고했단다. 사실 나는 근처 가게에 잠깐 간다거나 집사람이 없을때 혼자 친구와 점심 먹으러 가거나 할 때만 탔다. 1년 반에 500마일도 못뛰었다. 일년에 몇번 타지 않는 나보다 은퇴해 시간이 많은 그친구가 더 필요할듯 해서 되팔기로 했다.

그런데 11월 초에 알라바마 집 클로징이 끝나는데 갖다 달라고한다. 마눌이 고속도로 두시간 타는걸 원치 않는다나. 처음엔 농담으로 갖다 주마고 했는데 나중에 진담이 되어버려 오늘 몰아다 주게 됐다. 우리집 마눌은 그집 마눌이 자기 남편은 고속도로에서 못타게하고 남의 남편은 타는게 괜찮냐고 화를 낸다. 나는 혹시나해서 유언 비슷한 당부를 남기고 강행하기로 했다. 밤에 비가 조금 뿌렸는데 아침에는 그쳤고 그냥 흐리기만 했다. 바람이 북서쪽에서 25마일로 쎄게 부는데 나는 남서쪽으로 가니 오른쪽에 바람을 맞고 가게되어 그리 지장이 없을듯 했다. 날씨는 55도 가량으로 그리 춥지 않을듯하나 겹으로 입어 완전무장을 했다.

 

두시간을 가서 기아 공장이 있는 Lagrange에서 기름을 넣으려는데 배기통에서 연기가 나고 기름이 그쪽으로 튀겨있다. 이만한 장거리를 처음 하니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하고 겁이나서 들여다보니 집에서 떠나기전 오일을 체크하고 뚜껑을 잘 못 닫아 그틈새로 튀겨나간듯하다. 주유소의 휴지를 뽑아 잘 닦고 오일을 재보니 충분히 있다. 뚜껑을 조심스레 잘 닫았다. 잠시 더 내려가 알라바마주 환영소에서 다시 쟀는데 괜찮다. 휴! 큰일날뻔 했다.

 

2시간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차보단 늦어서 2시간 반만에 무사히 도착해서 다시 오일이 새나왔던 곳을 보니 연기도 안나고 멀쩡하다. 물건을 인계하고 그친구가 차로 데려다주어 돌아왔다.

 

1999년 가을과 2000년 봄에 주에서 주관하는 오토바이 교육을 받았고 교육이 끝난후 600cc 짜리를 6년간 타다가 팔고 조금 큰 새걸 사려다가 6년이 지나가고 작년에 이 750cc짜리를 사서 가끔씩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이제는 오토바이와의 인연이 끝난 것 같다. 그동안 쓰던 헬멧과 구두는 그저 추억으로 남게 됐다. (오)도바이여 안녕. 새(헌)주인과 잘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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