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D회사의 사용자 부서의 대표들과 만나서 내 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어떤 개정을 원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모임을 갖고있었다. 사용자 부서는 그 개정을 오랫동안 요구해 온 수년만에 드디어 경영진의 승락을 받아냈는데 말로만 주고 받던 것을 정식 모임을 통해 문서로 작성하는 중요한 첫 모임이었다.
모임의 목적을 설명하는 중에 직원 한사람이 뛰어 들어와 뉴욕의 World Trade Center 건물 하나에 비행기가 충돌했다고했다. 경비행기가 높은 건물에 충돌하는 사건이 가끔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회의를 계속 했다. 곧 다른 직원 한사람이 들어와 두번짹 건물을 비행기가 또 들이 받았다고 했다. 모두 달려나가 TV를 응시했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하려던 개정 작업은 취소됐다.
미국내 비행이 몇일 일체 금지 됐다가 다시 허락되자 첫비행기로 뉴욕에 갔다. 차이나타운까지 지하철을 타고가 현장까지 걸어갔는데 먼지 때문에 눈을 뜨기가 어렵고 숨쉬기가 어려웠다.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직도 부분부분 타는 곳도 있었다. 그 냄새는 6.25때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 건물과 시체가 타는 냄새일꺼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꽤 떨어진 곳의 상점들도 재로 뒤덮여있었다.
그 다음해 2002년 나는 항상 그러듯 미뤄둔 휴가를 연말에 쓰고 있었는데 빈손으로 무작정 도미한 나를 지금까지 먹여 살려준 미국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연방 정부에서 내가 할수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봤다. 우선 서류심사에서는 통과를 한듯 A 기관에서 연락이 와서 긴 과정이 시작됐다. A 기관의 본부는 워싱턴에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자기 사는 지방에서 일을 할수 있다고했다. 시험과 신원조회는 B 기관의 내가 사는 지방 지부에서 담당한다고했다. 첫 시험을 보러 갔다. 그러고는 잊어버릴만 하면 또 시험을 보러 오라고하고 신원조회를 하러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고 거짓말 테스트를 했다. 거짓말 테스트 담당자가 "마약을 판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거짓말을 한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나는 판 적은 커녕 사본적도 없다고 했더니 기계가 그렇게 판단 했다고하며 워싱턴에서 결정할것이라고 했다.
사실 일을 하라고해도 현 직장을 유지한채 어떻게 정부일을 할수 있을런지 막연했던 판에 떨어지게됐으니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4년간 해오던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허전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지망한 A 기관에서 전화가 와 축하한다고 하고 당신에게 충분한 일거리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했다. 거짓말 테스트에 떨어진줄 알았다고하니 자기는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했다. 곧 다른 곳에서 전화가왔다. 시험과 신원조회를 담당했던 현지의 B 기관이었다. 축하한다고 하며 일거리가 많으니 곧 출근하라고했다. 2006년 10월이었다.
일단 주말에 나가 계약 직원의 일을 시작했다. 연말에는 D 회사에서 미뤘던 휴가를 이용해 정부 일을 했다. 새해에는 D 회사에서 1주 32시간을 일하고 정부 일을 계속했다. 그해 정부에서 정식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질 않아 거절했다. 한번 제안을 거절하면 다시는 제안을 받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다음해에 또 제안을 받았다. 전년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나는 두가지 이유로 그 제안을 받았다. 첫째. 퇴근후 어머니에게 가려면 D회사보다는 B기관이 더 편리했다. 둘째. 회사에서는 은퇴자 의료보험혜택이 없어졌으나 연방정부에서는 아직 있어서 5년만 일하고 은퇴를 할 경우 집사람이 65세 미만이지만 의료혜택을 받을수 있기 때문이었다.
5년만 할까 생각 했던게 13년이 되어간다. 그래서 2017년에 돌아가실 때 까지 10년간 매일 어머니께 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집사람도 65세가 넘은지 여러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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