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189

동백 꺾꽂이 시도 (또)

직장 근처에 겨울마다 예쁘게 피는 동백이 있어 꺾꽂이를 3년전 시도해 봤다. 20여 가지를 심었는데 겨우 하나 건졌다. 2년후 겨울에 작은 가지에 큰 꽃이 폈다. 이번 겨울엔 꽃이 더 많이 필 것 같다. 금년에 다시 시도했다. 이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요즘 같이 뒤숭숭할 땐 뭐든지 집중을 할수 있으면 좋고 수개월을 허송세월만 하지는 않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작은 보람도 느낄수 있다. 8월초에 가지를 준비했다. 소나무 껍질을 잘게 부숴 펄라이트와 반씩 섞어 가지를 묻었다. 항상 습기가 있도록 관리한 후 3개월 반만에 꺼내봤더니 30개 가지중 열개가 뿌리가 여러개 잘 내리고 열개는 뿌리가 하나만 내리고 열개는 안내렸다. 뿌리가 잘 내린 것을 큰 화분에 옮겼다. ..

대상포진 예방주사

어렸을 때 수두를 앓고 나았어도 균은 몸속에 숨어있다가 나이들어 나올 수가 있는데 그것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한번 나오면 한달 이상 오래 가고 일단 들어가도 다시 여러번씩 나올 수도 있다. 내가 아는 분 몇분이 걸렸었는데 고통이 말할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2006년에 예방주사가 개발돼 60세 이상은 다 맞어야한다고 해서 60세 됐을 때 맞었다. 그런데 그건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아 맞은 사람의 반 정도는 다시 걸린다고 했다. 수년전 새로운 예방주사가 개발됐는데 효과가 훨씬 좋다고한다. 먼저 주사를 맞은 사람도 다시 맞으라고 했다. 한번 맞고 2달에서 6달 사이에 한번 더 맞어야한다. 그런데 공급이 달려 금년 1월에 간신히 첫 주사를 맞고 지난 금요일에 두번째 것을 맞었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

새 세상

여기 미국 동남부에는 산이 많다. 서부의 로키 산맥 같이 웅장하진 못해도 아팔라치안 트레일이 시작되는 이곳 남쪽의 산에는 푸른 숲이 울창하고 송어와 가재가 있는 차가운 시냇물과 아담하고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 그래서 한국이나 타주에서 손님이 오면 모시고 다닐 만한 데가 여러 곳 있다. 그런데 “어머 폭포가 너무 예뻐요.” “알록달록 물든 단풍 한가운데 있으니 신선 노름이 따로 없네요” 라고 감격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런 폭포는 한국에도 있는데…” 라고 하거나 “강원도 어느 어느 동굴에 가 보셨어요? 그게 이 동굴 보다 훨씬 더 멋있어요.” 라고 해 모처럼 시간을 내어 모시고 다니는 사람을 맥 빠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 간 곳에서 자기 앞에 새로이 펼쳐진 세상에 감격할 줄 아는 사람이 있고 감격할..

여행

여행이라는 두 글자는 우리에게 안 가본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가봤던 세상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한다. 은퇴를 갓 했거나 곧 하려는 우리 또래의 부머들은 은퇴를 하고 무엇을 하려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일단 여행을 하겠다고 한다. 특히 자영업을 하던 이들은 휴일도 없이 일하던 바쁜 일정에서 드디어 풀려나 가보지 못한데를 가보고 싶어한다. 또 은퇴 초기 아직 기력이 있어 여행이 힘들지 않을 때 많이 다녀 봐야지 하는 촉박감도 있다. 은퇴를 했건 안 했건 간에 일상생활은 단조롭고 하루 하루가 지나며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다. 그에 비해 여행할 때는 분명한 목적이 생긴다. 다음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게 그날 그날의 목적이다. 그리고 결국 집에 돌아와야 하니 단조로운 일상 생활에 비해 확실한 시작과 끝이 있고 끝..

어머니

홀로코스트 생존자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극심한 어려움 중에 나타난다고 했다. 나는 그런 진정한 가치를 갖은 한 분을 알았다. 그리고 그분과 70년을 같이 지내는 특권을 누렸고 그 분의 진정한 가치를 보았다. 바로 내 어머니다. 어머니는 1918년 일정 치하에서 나으시고 3년 전 99세에 작고하셨다. 어릴 적 어머니의 첫 기억은 6.25 전쟁이 시작 되고 몇일 지나서 였다. 인민군 네 명이 집 마당에 들어와 사방에서 어머니에게 총을 겨누며 아버지를 내어 놓으라고 했다. 어머니는 "너희들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총을 쏠라면 쏴라" 라고 침착하게 말했다. 세 살의 어린 나이에도 정말 쏘면 어떻 하나 겁이 났었다. 그러나 늠름한 말에 군인들은 깜짝 놀랐고 슬그머니 총을 내리고 기가 죽어 나갔다. ..